[인터뷰] 박근한 NHN AI 연구본부장 "돈 버는 AI, 모든 산업 현장에 심겠다"

 

[2021.04.19 한국경제]

 

새해를 코앞에 둔 2019년 말. 은퇴 경기를 준비하던 이세돌 9단은 마지막 대국의 ‘맞수’로 토종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을 택했다. 한돌은 1999년부터 쌓아온 ‘한게임 바둑’의 데이터로 탄생한 바둑게임 프로그램. 이 9단이 2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을 뒀지만 승리는 한돌(2승 1패)의 몫으로 돌아갔다. 알파고 이후 AI가 다시금 세간에 충격을 안기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한돌 개발을 이끌었던 NHN AI연구본부가 올해 AI 사업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박근한 NHN AI연구본부장(사진)은 “한돌이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AI가 그런 기대에 보답하는 서비스를 보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직접 돈을 벌 수 없다면 사업부가 돈을 버는 데 도움이라도 주려고 한다”는 것이 AI연구본부의 목표다.

살아남기 위해 '서비스형 AI' 만들 때

2013년 네이버 한게임사업부문을 모태로 출범한 NHN은 어느덧 종합 정보기술(IT) 플랫폼회사가 됐다. 쇼핑, 결제, 교육 등 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지난해엔 분사 이후 최초로 매출 중 게임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2015 NHN에 합류한 박 본부장은 6년간 이 넓은 사업 범위에 AI를 적용하는 연구를 해왔다.

올해 목표는 ‘돈 되는 AI’다. 이를 위해 기존 기술연구센터에 검색본부 인원 30명을 더했다. 조직 규모는 60여 명으로 두 배가 됐다. 일종의 선행 연구조직에 가까웠던 기술연구센터에 ‘현장 DNA’를 심었다. 박 본부장은 “공개된 모든 성과는 실제 사업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분석 기반 패션검색 ‘QPIT’, 패션아이템 자동 태깅 시스템 개발, 원격 시험 관리 시스템, 영어 음성합성 기술 개발 등 AI 연구본부의 주요 기술이 사업화의 대상이다. 원천 연구보다는 서비스형 기술에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현업 개발자가 AI 혁신의 중심 돼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AI가 일상이 된 현장 개발자들은 어느새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AI연구본부가 주도하는 내부 공모전 ‘Small Steps for AI’는 사업부 제한 없이 모든 사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아이디어 콘테스트다. 현업 부서에서 아이디어 100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게임 맵 생성 AI OMR 답안지 자동 채점 제작 등 일부는 실제 사업으로 연결됐다. 사내 개발자들이 AI연구본부에 먼저 문의를 하는 경우도 늘었다.

회사 전 부문 개발자가 AI 개발자로 변신하는 것이 박 본부장이 바라는 ‘최적의 환경’이다. 그는 “AI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고, 그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업 개발자”라며 “AI의 적용이 더 효율적이란 것을 모든 사업부 개발자가 깨닫는 순간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AI 클라우드 API', 중소기업 도우미로

박 본부장의 눈은 클라우드로 향하고 있다. AI를 자체 개발할 능력이 없는 기업도 AI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지금까지 개발한 AI 기반 기술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올해의 1차 목표다. 기능별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다.

광주에 건설되는 국가 AI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은 이를 위한 포석이다. 국비 900억원과 NHN 자본금 2100억원이 투자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연구기관 등의 AI 연구개발(R&D) 요람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정부의 데이터 바우처 사업처럼 AI로 문제 해결이 필요한 모든 중소기업의 전환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시은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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